석가탄신일에 초코 반 친구들 4명을 초대했다.

우리집 아이들과 초코의 친구를 합하니 6명이였다.

먼저 스피드 게임을 해서 순위를 정했다. 그리고 정해진 순위대로 앉고 싶은 자리에 앉게 했다.

아이들이 각자의 자리에 앉자, 에즈라 잭 키츠의 <꿈 꾸는 아이들>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우리도 책 속의 한 장면을  따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것은 바로 마블링 기법이었다.

물 속에서 춤 추듯이 기름이 섞이자 아이들은 모두 탄성을 질렀다. 오늘 수업의 요점은  거기에 있었다. 아름답게 섞이는 기름띠들이 종이에 찍히는 환상적인 마법.

종이에 찍힌 마블링 물감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 '네들이 감탄하길 바랬어. 감동할 일이 별로 없잖니?'

나는 미리 뻥 뚫어놓은 구멍에 마블링이 찍힌 종이를 붙이게 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자신의 잠자는 얼굴을 그리라고 했다. 그림을 그리라는 말에 아이들은 멈춰버렸다. 눈을 감은 모습을 어떻게 그려요? 심지어는 그림을 그리라는 말에 짜증을 내는 아이도 있었다. 망설임없이 그리는 것은 우리집 아이들과 화가가 꿈인 ㅅ뿐이었다. 나는 잠자는 모습을 웃긴 버전으로 보여주며, "선생님이 모델할게. 선생님보고 그려. "라고 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예쁜 이불을 그려주었다. "자~이 멋진 이불을 덮고 자는 자신을 상상해서 그려봐."  

 

집에서 만든 핫케잌과 카레라이스, 요구르트를 끝으로, 오늘의 수업은 끝!하고 놀이터로 향했다.

그런데.....어째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더 즐거워 보인다.....이거 씁쓸하구만.....  

 

 

마블링기법을 수업에 접목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6,7세 아이들은 물감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물감이 마르길 기다리다 수업이 끝날 것 같았다. 

1학년 아이들과 함께 해 보면 어떨까?싶어서 했는데 깔깔대고 웃을 만큼 크게 즐거워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림책도, 미술활동도 낯설어서일까? 물감이 마르길 기다리며 핫케잌을 먹었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아이들은 베란다를 뛰어 다녔다. 다행히 간식을 다 먹고 다시 수업에 집중했지만 간식시간을 끼고 1시간이  조금 넘게 진행된 수업은 아이들에게 무리였던 것 같다. 

어쨌거나 나도 참 극성이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보람있고 행복할 것 같다.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친구들을 만나고 왔다.  아이들 수업에, 내 개인적인 약속까지...참 바쁜 석가탄신일이었다. 저녁에 돌아와 물어보니 초코도, 앞 집ㅎ도 수업이 너무너무 재미있었다고 한다.  교과과정이 어려워지면서 그림책은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는 1학년들을 모아서 수준있는 그림책 수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업을 할 때 마다 생각한다. 오늘의 짧은 시간이 나중에 아이들에게 큰 영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나비효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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