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못하는 아이
운동을 못하는초코를 위해,
축구공을 들고 나가 반 친구들과 동네 아이들을 모았다.
나는 심판을 봤고
초코는 골키퍼가 되었다.
천부적으로 운동 신경이 타고난 아이가 초코에게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다.
(솔직히, 내가 봐도 초코는 날 닮아 운동을 못하더라.나같아도 초코가 한 팀이 되면 복장이 터질 것 같더라.쩝!)
다행히도 초코는 깔깔대며 무척 즐거워했다. (한심해 보일 정도로.)
하지만 언젠가는 "나는 왜 운동을 못할까?"라고 심각한 질문을 던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사실, 나는 초등학교 때 인기가 많아서 아이들이 운동할 때 나를 앞세우곤 했다.
그런데 나는 번번히 친구들을 실망시켰다. 그래서 '나는 왜 운동을 못할까?'하고 우울해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여덟명의 아이들과 즐겁게 놀면서 초코를 관찰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운동을 잘 했다.
'초코도 나처럼 운동을 못한다는 이유로 우울해하게 될까? 남자아이라서 더욱?...'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나의 의문에 답을 찾고 싶었다. 그건 일종의 버릇과도 같았다.
계속되는 물음표에 마침표를 찍고싶은 욕구. 답을 찾아가는 나의 집요한 버릇.
그런데 남편과 잠깐 통화하다가 뜻밖에도 나의 생각은 정리되었다. 역시 생각은 나눠야 열리는 것 같다.
나는 의기양양해져서 초코에게 말해 주었다.
"남자 아이들이 열 명 있다면, 운동을 잘 하는 아이는 그 중에 아홉명일거야.
그런데 남자 아이가 열 명 있다면, 그 중에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는 한 명일 거야.
그 한 명이 바로 너, 초코지!"
아이를 목욕시키다말고 내 말에 내가 취해서 감격하고 있는데
아무 눈치없는 (아직 본인이 운동을 못하는 것에 심각하지 않은)초코는 거품이 묻은 자기 몸을 닦고 있었다.
나만 고심하고 후련했던 것이다.
정작 아이들은 그런 쓸데없는 고민따위는 안 한다. 아이들의 세상은 단순하다.
미리 염려하고 답을 찾으려했던 것은 바보같은 어른의 습성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