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날

치열하게

블루부뇽 2010. 7. 17. 18:54

2008년3월11일의 일기

나는 지적이여서 책을 많이 읽는 게 아니다.

현실을 잊고 싶어서, 도피하기 위해 책 속으로 숨는다.

나는 여유가 있어서 운동하는 게 아니다.

밤이면 근육통으로 잠을 못이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한다.

나는 밝은 사람이 아니다.

어떤 때엔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칼을 찾아 뒤적이다 죄책감으로 잠들곤 한다.

좋은 엄마도 아니다.

좋은 엄마가 되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풀어질 때면,

갖고놀던 장난감을 구석에 쳐박듯, 애들이 지겨워진다.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는다.

뻑하면 짜증내는 당신의 성질에 보조맞추기 위해

참고 지내는 시간이 넌덜머리가 난다고 되뇌이고 있다.

아, 내가 경제적 능력이 있다면 너희들을 버리고 도망갈텐데.

 

내가 되고 싶다.

인내하는 것이 지겹고

책임감으로 숨이 막힐때면,

아, 나를 조이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아이들이 5살,6살 때의 일기를 봤다.

참 치열하게 살았구나싶다.

삶이란 전쟁과도 같다.

그 전쟁은 성취하고자 하는 나의 욕망이 만들어 낸 것이겠지.

이 당시의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과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자아성취를 놓고 괴로워 했다. 

아직도 나는 싸우고 있다.

가끔씩의 욕망 -  던져 버리고 싶은 엄마의 자리

때때로의 욕구 -  주먹을 날리고 싶은 싶은 남편의 성질 

끊임없는 반복 -  창작의 기다림과 고민, 열정, 절망

삶은 치열하고....

또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