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날

나는 당신이 지겨워.

블루부뇽 2008. 12. 19. 15:30

"그냥 남들 하는대로 해~"

"어머니, 그러자면 저도 남들처럼 지금부터 영어 유치원 보내야 돼요."

"그래!일찍 시작하면 좋지, 너도 보내!"

"한달에 팔십만원이나 하는 곳을 보내라구요? "

"잉? 그렇게 비싸냐?...할 수 없지, 그래도 보내야지."

"애들 그렇게 일찍 시켜봤자 다 소용없어요. 미리부터 질리기나 하지요."

"아, 아무 말말고 남들하는대로 해. 대안 무시긴가 뭔가는 뭐냐. "

"요즘 애들 공부만 하느라 인성 교육은 하나두 안 되있잖아요."

"잉, 그건 진짜 문제야. 그렇게 키워봤자 말짱 헛거야."

"예절을 배우고 독립심을 배우고 ...그 학교는 혼자 밥 짓기, 정리하기, 옷 만들기 수업도 있어요."

"잉. 그건 좋구만. 부모들이 떠받들어서 키워갖고 문제는 문제야."

"대학을 나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가 무엇을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면서 살아야죠. 아이가 제빵이 좋다면 대학가는 것보다 그 일이 더 중요한거죠."

"그래 맞아, 대학 나와봐야 말짱 실업자고, 눈만 높아져서 어디 시시한 일이라도 하려고 하냐?"

......결국 설득했는데 나를 맞장구치시던 어머니의 결론은,

"그래도 남들 하는대로 혀~"

근데 형님들까지 너 왜 별나게 구냐며 참견이다.

똑같은 설명하는 게 사실 너무 귀찮다. 눈 뜬 장님처럼, 뇌가 얼어 있는지, 모든 현실을 되풀이해 겪으면서 너도 나처럼 살아.한다. 공부 스트레스때문에 자녀와 싸우고 단절되고, 남편은 육아에 나 몰라라하고, 꿈이 없는 애들은 대학이라는 열매가 떨어지길 입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꼴인데. 그것이 삶의 정답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내 선택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 미지의 길을 걸어보지 못했으니깐.

그러나 아 뜨거워하면서 불 근처에 살지말고 일어서서 걸어나와보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도대체 몇 명에게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