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초등대안- 산어린이학교에 다녀왔다.
일요일, 장터행사 겸 외부인에게 산어린이학교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산어린이학교는 호젓한 숲 속에, 버젓한 건물로 세워졌다. 지난번, 볍씨 학교에서 화장실을 보고 놀란 나는, 제일 먼저 화장실부터 찾았다. 다행히, 화장실은 크고 깨끗했다. 일단 건물은 넓고 잘 정돈돼 있었다. 미끄럼틀이랑 나무 계단이랑 작은 텃밭까지..아기자기했다.- 여기까지는 시각적 만족!
장터에서 음식을 사먹으려고 하는데 시골에서 직접 캐온 감자를 버터에 구워서 팔고 있었다.
'동물성 버터는 아니겠지? 동물성기름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다고 하는데..그쯤은 알고 있겠지...우리 애들도 알고 있는데...시골에서 캐온 유기농을 버터에 구워 팔다니 조금 언밸런스다....' 까다로운 나는 속으로 궁시렁거리면서 사먹었다.
무더운 여름이라 나무로 둘러 쌓인 학교 안은 찜통 같았다.
마침 장터에서 머리끈을 팔고 있었다. 4,5학년이 직접 만든 비누랑 머리끈을 몇 개 늘어놓은 채, 남자 아이는 시큰둥하게 앉아 있었고 여자 애들은 수줍게 가격을 얘기하며 내가 사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입으로는 딸 아이에게 "어머나~ 이 오빠가 나무로 뚝딱뚝딱 머리끈을 만들었대. 우와~ 진짜 예쁘다. 멋지지? 우리 예빈이, 이 끈으로 묶으면 되게 예쁘겠다."하면서 머리를 안 묶을까봐 오바를 했지만 나의 물음표는 꼬리를 물었다.
'이 아이들은 장터에서 무엇을 배울까? 경제관념을 배울까? 자신들의 노동이 돈으로 돌아오는 것의 기쁨을? 그것이 직업이 되고, 생활이 된다는 생각까지 할까?........'
생각이 많아진 나는 아이들의 눈빛에서 무언가 답을 찾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날이 너무 더웠고 아이들은 순진해보였다.
결론은 이렇다.
산어린이학교는 위에 올린 사진과 같다.
재미없게 그린 책갈피꽂이의 그림과 같다.
미적인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밋밋한 나무 머리끈과 같다.
초등대안만 있어서인지, 자기들의 잔치, 자기들의 만족이지, 넓은 세계관, 다양한 자극, 지적 호기심, 즐거운 상상력은 안 보였다.
편안해 보였지만, 우리끼리의 잔치로 끝나선 대안교육의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