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학교에 입학지원서 양식을 다운받아 냈다.
질문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우산, 입학생이 직접 쓰는 <자기 소개서>의 질문10개. - 아이가 불러주는 걸 부모가 받아 써도 된다.
학부모 작성용 <자녀 소개서>의 질문 19개.- 부모 중 한 명이 써도 된다.
아버지가 쓰는 <학부모 소개>의 질문 10개.
어머니가 쓰는 <학부모 소개>읮 질문10개.
아버지 독서 후기, 어머니 독서후기.
<자기 소개서>에서는 아이의 장래희망이나 엄마아빠가 가장 고마웠을 때, 가장 화나게 했을 때, 그리고 성미산에 대한 아이의 생각, 성미산에 바라는 점등에 대한 질문이 있다.
<자녀 소개서>에는 자녀의 식습관이나 컴퓨터 게임, 아이의 건간 상태나 기질, 형제와의 관계, 평일과 주말 저녁의 가족의 모습, 다니고 있는 교육기관 생활 등에 대한 질문이 있다.
<학부모 소개>에는 부모의 직업이나 성격에 대한 설명을 요하고, 살아온 성장환경에 대한 생각, 장애우에 대한 의견 등의 질문이 있다.
그리고 학교에 어느정도의 협조를 할 수 있는지, 어떤 협조를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들어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뜨끔했다. 나같이 개인성이 강한 사람이 단체성이 요구되는 대안학교에 잘 맞을까?우리 아이들은 어딜 가나 잘 어울리고 사랑받겠지만...... 나는 솔직하게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서 영화보고 책읽고 밥 먹는게 취미라고 썼다. 수줍음이 많아서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걸 싫어하고 빈혈환자라서 툭하면 쓰러진다고 썼다, 쩝.
게다가 독서 후기에는 ....
두권의 책 중 한 권을 읽어서 내면 된다. <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가족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마을로>
나는 <가족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마을로>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건 논문 수준이라고 썼다. 독자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불친절한 책이라고 했다. 명확한 견해는 짧고 쉽게 설명된다고 썼다. 도대체 무얼 말하는건지 모르겠다고 썼다. 이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썼다. 그 중 몇 개의 쳅터는 마음에 들었는데 그 이유도 간결하게 썼다.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에는 첫 느낌이 불쾌감이었다.
이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놓고는 "죄송합니다. 우리 학교와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점은 논리적으로 설명 안 됩니다. 경험에서 오는 감입니다."라는 식의 답신에 화가 났다. 캐물은 만큼 대답도 구체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귀하의 지나친 개성과 자기 주장이 우리의 공동체에는 안 맞는 것 같습니다.라든지.
학교 활동에 좀 더 협조적인 답변을 해주신 부모님께 점수를 더 드렸습니다라든지.
선택 기준의 모호함이란!! 사람 진 빠질 정도로 질문을 퍼부어 놓고는, 우리의 '감'에 당신은 아니다라니!
한편으론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대안학교가 주는 확신은 70프로 정도이다.어느 학교를 가나 비슷했다.
나머지 30프로의 불안 속에는 내 자신의 강한 개성, 학교의 시스템이 치밀하지 못하다는 인상, 부족한 시설, 현실과 따로 노는 듯한 느낌, 아직까지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정보얻기가 어렵다는 점 등등의 이유가 있다. 성미산의 불합격은 또다른 길을 찾게 한다는 점에서 시원하다.
막상 서류 전형에서 불합격되니 속이 씨원하다.
이제야 안정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안학교에 대한 불안과 기대에서 어느정도 놓여날 수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현재 아이들이 무척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 부부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