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인 캔디가 받아온 수학 시험지의 점수는 65점, 그 다음이 조금 나아져서 75점.

오늘 교실청소를 하러 갔다가 담임선생님이 캔디에 대해 한 말씀 하셨다.

"캔디는 수학공부 좀 해야 겠어요."

"안그래도 겨울방학에 데리고 수학 공부 좀 시키려구요.

 이번에 시험지 받아온 점수가 65점, 75점이더라구요.

 절 닮아서 수학을 못하나봐요. 제가 중교등학교 때 받은 수학 점수랑 똑같아요.하하"

내 말에 놀란 담임 선생님.

"진짜요? 어머나~"

옆 자리에 앉은 현우엄마는 교양이 있어서 "캔디엄마가 문학적이셔서 그랬나봐요."라고

대답해주었다. 고맙게도.

 

사실, 고등학교 때 내 수학 성적은 잘 봤을 때 70점대이고

대부분은 60점대였다. 심지어는 50점대의 점수도 간혹 받았다.

그럴 때면 시험지를 얼른 책상 밑으로 감췄다.

한번은, 반에서 10등을 넘어본 적이 없는 제일 친한 친구가 수학 시험을 못봤다며 울상을 지은 적이 있다.

(사실, 난 성적에 그리 관심이 없어서 그 친구가 그렇게 공부를 잘 하는지도 나중에야 알았다)

"수학 시험을 정말 못봤어. 너무 속 상해."라며 울 듯한 친구의 말에 나는 눈치없이 굴었다.

"그치? 이번 수학 시험 정말 어려웠지? 나도 못봤어."

"그래? 너도 못봤어? 몇 점 받았는데?"

"65점."

"......."

"너는 몇 점 받았는데?"

"나는..85점."

뭐야! 그게 못본 거야? 난 그 점수받아보는 게 소원인데!

우리 사이엔 침묵이 흘렀다. 잠시후, 친구가 내게 물었다.

"다양아, 너 수학시험 65점 받았다는 거, 농담이지?"

"...그,그럼!농담이지! 인간이 어떻게 그런 점수를 받을 수 있겠냐?하하하." 

으이구,자존심은 있어가지고.

그런데 이어지는 친구의 말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래, 그럴거야. 난 네가 진짜로 그런 점수 받은 줄 알고 놀랐잖아.

그럼 몇 점 받았어? 나보다 잘 봤지? 그래서 괜히 그렇게 말한거지?"

"됐어, 너보다 못 본건 확실해."

내 친구는 언제나 자신감있는 내가 그렇게 공부를 못할 줄은 짐작 못했던거다.

게다가 늘 상위권인 그 애의 입장에서 볼 때, 80점 아래의 나같은 애들 성적은 안드로메다 수준이였을거다.

 

그러고보면, 나는 예전부터 당당했던 것 같다.

당돌하다는 말도 자주 들었지만

선생님들은 그런 나를 늘 좋아해주셨던 것 같다.

수학을 좀 못하면 어떤가.

공부가 상위권이 아니면 좀 어떤가.

현재의 나는 행복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늘 좋은 점수를 받았던 그 친구도, 나도, 

현재는 똑같이 행복하다.

내 딸 역시, 시험지의 점수는 낮아도, 행복지수는 높은,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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