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안학교를 알아보게 된 것은 공교육에 대한 불신때문이었다.

뉴스에서 연일 터지는 학교 폭력 문제, 그리고 내가 학창시절에 가졌던  문제의식들이 뒤엉켜

공교육을 무조건 불신했기 때문이었다. 막상 내 아이가 아직 겪어보기도 전에.

그런데 막상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보니...

 나의 불신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일방적인 정보에 의한 오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늦게 출산을 한 친구들은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곧잘 묻곤 한다.

공교육에 대한 적대감과 불신에 가득차서 말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전의 내 모습을 보곤 한다.

오늘도 불신에 가득 찬 친구의 질문을 받았다.

나는 조급한 마음으로 친구에게 대답했다.  친구가 나처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확신으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할까봐. 

"공교육을 너무 불신했단 생각이 들어. 막상 학교를 보내보니 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

"담임을 잘 만났나보지."

"...그래, 꼼꼼하고 엄격해서 좋아. 담임을 잘 만났지..."

꼼꼼하고 엄격하다는 것은 상당히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똑같은 상황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설명에 그리 친절하지 못하다. 그래서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방과 소통이 안 된다고 느낄 때가 많다. 내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항상 상대방은 마음대로 결론을 지어 버린다.

공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할 때면 친구들은 늘 한마디로 일축해버린다.

"네 아이니깐 그래."

그러면 더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사람들은 듣고싶은 얘기만 들으려 한다. 특히 아줌마들은.

자신의 예상을 벗어난 대답을 하면 됐고!하면서 예외로 돌려놓고 무조건 자기 의견에 맞다맞다해주기만 바란다.

 결국 나는 피곤해져서

 "아직 학교에 보낸지 얼마 안 됐으니깐..두고 봐야지. 그래도 아이가 너무 즐거워 해. 일찍 일어나고 42명이나 되는 아이들 틈에 있자니 조금 피곤해하긴 하지만 학교생활을 아주 즐거워 해."라고 마무리지었다.

 

너무 많은 설명이 필요한 사람과의 대화는 피곤하다. 내가 친절한 성격이 아니라서 그런가보다.

내가 친구에게 하고싶었던 말은 이거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너의 편견이나 불안일 수도 있어.

너도 알거야. 교육의 핵심은 부모라는 걸. 네가 교육적 철학을 갖고 아이의 자존감을 잘 살렸다면 아이도 잘 적응할거야.

그러니 초등학생이 된다는 걸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지는 마. 너를 닮았다면, 아이는 잘 할거야."

아, 수첩에 적어놓고 다닐까보다.....

입학을 준비하면서 <학교, 겁내지 말자>라는 책을 읽고 있다.

내가 원래 시험 2주 전부터 준비해야 좋은 결과를 보는  머리 나쁜 학생에 속한다.

그리고 궁금한 것은 직접 파헤쳐봐야만 직성이 풀린다.

책은 이제 반 정도 읽었다.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공교육의 큰 걸림돌은 경쟁의 논리를 철썩같이 믿는 엄마들에게도 있지만, 내 경우엔 '교사의 자질이 의심되는 교사' 부분에 눈길이 갔다.

 

사실 내가 대안학교에 관심갖게 된 계기도 상식적인 교사를 찾아서였다.

내가 만난 대안학교의 교사들은 그 많은 업무 속에서도 아이를 인격체로 대하는 이상적인 교사들이었다.

대부분이 권위가 없고 젊고 밝았다. 그리고 진지했다.

 

대안학교는 아직까지 많은 부분을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자녀교육이 부모에겐 무거운 짐인 것은 대안학교를 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지만 공교육에서 자질이 의심되는 교사에게 질려버린 부모들이라면 대안학교가 희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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