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날, 두번째 그림책 수업을 했다.
이번에는 첫번째와 달리, 소위 반에서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을 모았다. 초대한 네명의 반 친구들 중 두 명은 늘 1등을 하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나머지 두명은 그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친구였다.
물론 그 중에 한 명은 미술수업을 정기적으로 받는 ㄷ 도 있었다. 한자, 영어, 수학 등 어찌나 배우는 것들도 앞질러가던지 아이들은 모여서 한다는 얘기가 너 한자 몇급이야? 수학은 어디까지 했어?였다. 물론 내 아들 '초코'는 (초코는 '초콜렛보이'를 줄인 나만의 애칭이다) 그 대화에 낄 수가 없었다.
온통 1등에만 관심있는 엘리트 아이들은 게임을 해도 누가 제일 많이 맞췄고 누가 꼴찌인가를 계산하느라 바빴다. 숨은그림찾기를 해도 팔꿈치로 밀며 상대방보다 더 많이 맞추려고 안달이였다. 보다 못한 내가 "ㄷㅇ이는 경쟁을 좋아하는구나. 이기는 것보다 그냥 즐겁게 하는 게 더 중요한거야."라고 말했지만 그애는 들은 척도 안 했다.
아이들은 순서를 정할 때에도 1번이 아니면 실망했다. 나는 초코에게 마지막 번호를 가지라고 했다. 초코는 약간 울적한 얼굴이 되었지만 마지막 번호의 꾸밈상자를 받을 때 스스로에게 말하듯이 소리쳤다.
"아, 꼴찌니깐 좋다!!"
"그래, 마지막이 좋은거야."
초코와 나의 대화에 아이들의 눈은 동그래졌다. 1등이 아닌데 왜 좋다는거야? 미친거아냐? 그런 얼굴들을 하고서.
"꼴찌가 왜 좋아요?"
아이들은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나는 그것도 몰랐냐하는 얼굴로 태연하게 말했다.
"마지막이라 여유가 있잖아!"
수업이 끝난 후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1등을 향해가는 그렇게 똑똑한 아이들과 소통이 된다는 느낌을 전혀 못받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약간 방치하는 듯한 아이들만 모아놓은 첫번째 수업이 더 인상적이였다. 그애들은 그림 그리기도 어려워했는데 말이다.
너무 많이 노출이 되어 (학원에 다니며 너무 많이 배워서) 모든 자극을 그냥 하나의 코드로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이랄까. 사실 학원 수업이라는 게 틀이 정해진 무한반복인 경우가 많다. 감성적 자극이나 철학적 사고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인지 나는 수업내내 벽을 하나 두고 아이들과 얘기하는 기분이였다. 애드립도 전혀 안떠올랐다.
그애들은 소위 반에서 엘리트라고 불러도 좋을 아이들였는데 나는 가르치는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벌써부터 경쟁의 논리로 모든 것을 대하는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답답했다.
요즘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검사들의 추잡한 비리로 난리인데 그 아이의 미래가 그렇게 연결되는 것은 아닐까?
개콘의 유행어처럼 1등만 기억하며 정말 더러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1학년부터 오로지 1등만을 최고로 여기는 아이들이 안타깝다.
그 아이를 좋아하고 닮고 싶어하는 내 아들 '초코'에게 나는 거의 세뇌에 가깝게 얘기해준다.
"1등이 중요한 게 아니야. 즐겁게 하는 게 더 중요한 거야."
그러자 초코가 다 안다는 듯이 덧붙인다.
"그리고 최선을 다 하는 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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