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중에    ㅅ의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이가 학교에 부적응해서 담임과 의논을 했더니 우리 초코와 놀게 하라고 하셨단다.

개학 후에 담임은, 초코가 완벽하다는 칭찬까지 해주셨다. (ㅅ에 대해 미리 얘기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까지 곁들려서 칭찬은 한 수위 더 올라갔을 것이다.) 

 

ㅅ의 엄마가 전화했을 때, 우리 가족은 시골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ㅅ의 집에 놀러 갔다.

나는 운동을 가야 한다는 이유로 초코를 두 시간 후에 찾으러 오겠다고 말하고 나왔다.

모든 엄마들의 마음은 똑같다. 아이가 놀러 오는 것은 그나마 덜 부담스러운데 (예의바르고 명랑한 아이가 놀러와주면  오히려 고맙기까지 하다)엄마까지 덤으로 오면 상당히 부담스럽게 된다. 대접하는 것도 그렇고 쓸데없는 수다로 시간 떼우기도 부담이다.  그러니 ㅅ의 엄마가 아이만 두시간 맡기고 가는 것에 무척 기뻐할만도 했다. 게다가 함께 놀 장난감까지 알아서 싸왔으니. 

 

내가 본 ㅅ은 무기력하고 의기소침한 아이였다. 무표정한 얼굴은 올라간 눈꼬리 때문인지 분노가 숨어있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엄마는 욕구불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샘이 많은 얼굴이였다. 이해한다. 학교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곳이었는데 주소변경을 해서 이 초등학교로 보낸 것이었다. 그러니 ㅅ에게는 친구가 없고 ㅅ의 엄마는 감춰진 열등의식도 있을 것이다.

나는 초코에게 주의를 주었다. "ㅅ의 집은 우리집보다 좁고 낡았어. 그러니 너네 집은 왜 이래?하는 말은 하지마. 그럼 ㅅ이 상처받으니깐."

 

안타깝게도  ㅅ과 함께 놀 기회는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내가 바쁘기도 했고, 전시와 공연 감상으로 우리 가족이 바쁘기도 했으며, 서로의 집을 방문하다 오히려 ㅅ에게 상처를 줄까봐 가까이 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 일은 그냥 초코가 인기가 많은 것을 입증하는 행복한 에피소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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