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초코의 담임을 우연히 하교길에 만났다.

담임 - 어머니, 초코에게 운동 좀 시키셔야 겠어요.

나 - 네? 아....우리 초코가 줄넘기를 잘 못하죠?(이 학교는 줄넘기를 강조하는 분위기이다.)

담임 - 아니요, 달리기가 많이 늦더라구요. 그치, 초코야?(무안해서 몸을 비틀며 배시시 웃는 초코)

나  - 아, 네..절 닮았나봐요. 제가 100미터를 25초에 달렸거든요. 하하

담임 _ 진짜요? 깔깔 초코가 정말 엄마를 닮았네. 25초는 너무 했네요 호호호

나 _ (그렇게 웃으실 것 까지는...하지만 뭐, 사실인걸) 네, 제가 정말 운동을 못하는데 초코가 절 닮았나봐요.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예요. 운동은 좋아해요. 그런데 운동을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다르더라구요.

담임 - 아, 예, 그렇죠. 이제보니 초코가 엄마를 닮아서 그렇구나. 호호 네~ 안녕히 가세요^^

 

아, 아이를 위해 이 한 몸 희생했다. 크헉! 근데 뭐, 모든 사람이 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게 아니듯 운동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우리는 집으로 오는 길에 대화를 나눴다. 

나 - 네가 운동까지 잘 하면 너무 완벽해서 안 돼. 완벽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니?

초코 - 네, <티코의 황금날개(그림책)>처럼 사람들이 미워해요.

나 - 그래, 사람들은 뭐든 다 잘 하는 사람보다 한 가지 정도 못하는 게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해.

      그러니 넌 운동 좀 못해도 괜찮아. 대신, 그림고 잘 그리고 수영도 잘 하고 피아노도 잘 치잖아.

     그리고 남자 아이 열 명이 있다면 그 중 운동을 잘 하는 아이는 아홉명일거야.

     그런데 남자 아이 열명이 있다면 그 중에 피아노를 잘 치는 남자아이는 한 명일거야.

     그리고 그 한 명이 바로 너지.
초코 - 엄마, 그런데 뭐든지 다 잘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나 -  그래, 만명 중에 한 명은 있겠지. 하지만 그 사람은 사랑을 받을까, 미움을 받을까?

초코 - 미움을 받을 것 같아요.

나 - 그래, 정말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잘 하는 일을 좋아하고 그 일이 직업인 사람들이야.

       그런데, 정말 불쌍한 사람은 못하는게 있는 사람이 아니야.

      자기가 무엇을 잘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이지.

 

<티코와 황금날개>는 참 훌륭한 책이다. 

아이가 그 내용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걸 보면,

그림책의 전달성과 감동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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