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계약서는 2월초에 미팅하고 싸인하기로 했다.
1월엔, 출판사나 에이전시나 1년 계획으로 바쁜 상태라고 하니...
나만 한가하다..ㅋ
그림책 출판은 '나를 증명하는 일'이다.
그래,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부모가 아닌 아이와 함께 발전하는 부모가 되고 싶어요."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동기부여는 내 삶의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 그래서? 네가 이룬 게 뭔데? 넌 아직 무명작가일 뿐이잖아.
- 얘, 딸아, 쓸데없는 짓거리말고 자식키우고 초코 아빠한테 잘 하고 네 건강이나 신경써라.
- 동서, 입시가 얼마나 사람 피말리는 줄 알아? 지금부터 각오해야 돼. 근데 동서는 요즘 뭐 하느라 그렇게 바빠?
"엄마, 엄마 책은 언제 나와?"
_ 으,응?.....곧 나올거야. 기다려 봐....
"초코 엄마는 직장 다니시나봐요?"
"네? 아, 예 직장은 아니고....그림책 작가예요."
"어머, 그래요? 무슨 책을 쓰셨어요?"
"아, 예...아직 준비중인 작가예요."
"작업실 운영하시면 일을 많이 하시죠? 도움을 얻을 수 있겠네요?"
"아직 저도 포폴 준비 중이라 달리 도와드릴 게 없네요...ㅎㅎ"
"초코엄마는 팔자 좋아. 남편 벌어주는 돈으로 돈 걱정없이 살랑살랑 그림이나 그리고 다니고.
애 키우면서 취미생활 하니 진짜 부러워요."
그 말에 나는 상을 뒤엎을 듯이 화를 냈다.
"취미라고요? 내가 취미로 그림 그리는 줄 알아요?
난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구요! 난 죽을 듯이, 목숨을 다 해 그리고 있다구요!"
내가 주장하는 교육적 소신, 삶의 방향, 그 모두가 증명되지 않았다.
그림책 출판은 내 꿈의 실현일 뿐만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다.
지난 9년의 공백은
나를 증명하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