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획적으로,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타입이다.
소모적인 대화를 가장 싫어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한심하게 생각한다.
반면, 남편은 다분히 기분파이고 감정적이며 무계획적이다.
그런 남편이 평소에 한심한 놈들이라고 흉보던 후배가 오랜만에 전화를 해서
"형, 밤에 만나서 밤새도록 술마시고 얘기하다 다음날 아침에 들어가자."라고 했다.
마침 옆에 있던 나에게 "그래도 돼?"라고 묻는 남편.
나는 완전 황당한 표정이 되었고
남편은 아차!실수!라는 후회의 표정이 되었다.
내 머릿속은 어이없음, 그애들은 총각이잖아, 백수에, 한심한 놈들이잖아..그런 문장들이 폭발하듯 터졌다.
결국 잠시의 침묵을 끊고 나는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대답했다.
"나라를 구할 만한 일을 의논하는 거라면 그렇게 해."
- 그 후배들은 나에게는 선배가 된다. 우리 부부는 C.C이다.
그러다보니 통화 대상이 누구이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아직도 대학생의 마인드로 살아가며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과 어울려 뭐하려고?
나는 친구들 만나면 밤10시까지는 꼭 들어오잖아. 난 술도 안 마시잖아.
한심함이 가슴 가득 치밀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냥 "아직도 그렇게 산대?한심하다."라고 말했고
이때가 기회라는 듯, "그러게말야.한심한 놈들.아휴!"하며 맞장구치는 남편.
이 글을 읽는 어떤 남편들은 완전 깐깐한 아내랑 사니 불쌍하다 쯧쯧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남편들에게, 나는 요로코롬 대꾸해주고 싶다.
" 걱정마세요. 당신의 딸도 아빠닮은 남자랑 결혼할테니깐요. 허허"
여보, 고마워요.
우리, 인생을 낭비하지말고 가치있게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