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공사가 시작되었다. 편의점의 커다란 냉장고와 작은 창고, 이런저런 집기가 빠지고 공사를 위한 목재들이 어지럽게 쌓였을 때 내 머릿속은 뒤숭숭하고 어지러웠다.

'내가 어쩌자고 책방을 열었을까? 책방 준비만으로도 힘든데 여러 가지 힘든 일은 왜 한꺼번에 오는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책방은 나중으로 미뤘을텐데... 그래도 지금 아니면 평생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 아니지 빚부터 갚고 생활을 꾸린 뒤 십 년 후에 했어도 됐는데..'

일주일 뒤, 현장에 남아있는 집기들을 정리하기 위해 잠깐 들렀을 때 목공 공사가 끝난 책방 안은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공간은 내 생각보다 널찍했고, 내 생각보다 예쁘게 나올 것 같았다.

그러자 뜻밖의 공포감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고, 사람들이 이 공간으로 들어올 거란 생각만으로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갑자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이 들었다. 독서 수업도, 책방 운영도 전혀 준비가 안되었다는 좌절감이 공포심과 함께 왔다.

그동안의 도전에서 이토록 공포에 질린 적이 있었을까 더듬어 보았지만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웠을 때 말고는 이렇게 무섭고 떨린 적은 기억나지 않았다.

'왜일까? 왜 설렘보다 어지러운 공포감이 드는 거지?'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주 연락하는 C에게 다짜고짜 전화를 걸었다. 마냥 설렐 줄 알았는데 무섭다고, 너무 두려워서 지금 정신을 못차리겠다고.

그녀는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요. 라며 자기의 경험을 한참 동안 얘기했고, 얘기는 삼천포로 빠졌지만 그래도 나는 패닉 상태에서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

 

나는 다음날까지 나를 휘청이게 한 공포심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최근에 인생이 꺾이는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몰려와 꿈을 이루는 도전에 대한 즐거운 스트레스가 내 안의 감정 용량을 초과해버린 것 같다. 아니면 경제적인 스트레스가 용기와 희망을 팍 꺾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나는 그냥 안아주기를 바랐다는 거다. 어떤 조언도, 수다스러운 위로의 말도 필요 없었다.

그저 안아주기를, 그게 백 마디의 말보다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어리둥절했고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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