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들은 씩씩한 장난꾸러기인 게 정답이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과 만나면 가슴이 답답하다.
실제로 그런 아이를 만나보면,
대부분 상상력이라곤 손톱만큼도 없고 '생각하기'란 좋은 습관도 없다.
그래서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고 감성이 뒤떨어진 경우가 많다.
상상력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의식으로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상상력의 언급을 비현실적으로만 치부한다.
자기 표현력이 강해서 칭찬받는 사내 아이들은
대부분 공격적이거나 경쟁심이 강해서 지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오히려 조화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람들은 남자아이라면 의당 그래야하며,
남자아이에겐 철학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좀 말썽을 일으켜도 - 남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는지는 관심이 없고- 수학이나 영어가 뛰어나다면
대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우리 큰아이의 문제는 자기 표현력이 좀 떨어진다는데 있다.
특히, 싫다는 표현을 얼마큼 강하게 해야 상대가 알아듣는지에 대한 눈치가 없다.
그밖에는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평화로우며
느리지만 예민해서 악기를 다루거나 공부를 할 땐, 이해력이 높다.
그래서 가르치는 교사의 마음을 흐믓하게 한다. 자기 조절능력이 뛰어나서 기다릴 줄 알고 약속을 지키며 융통성이 없을 때도 있지만 규칙과 질서를 좋아한다.
하지만 어린이집의 선생님은 사내아이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우리 아이가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감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음은 인정하지만,
'사내아이'라는 정답에 가까워지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는 건 고정관념일 뿐이다.
나는 아이라는 존재로 인해,
세상의 고정관념과 다시 한번 부딪히고 있다.
어릴 적, 선생님들은 곧잘 둥글게,평범하게,원만하게 살아라하셨다.
그럼 나는 당차게 말했다. " 왜 세모나 네모로 살면 안 되지요?" "네가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지."
"싫어요. 난 그냥 세모로 생겼다면 그렇게 살래요. 그래서 겪는 불편은 감수하면서 생긴대로 살겠어요.세모가 원이 되려면 얼마나 아프게 깎여야겠어요? 그리고 모두가 둥글다면 재미없잖아요?"
사람은 다양하다.
어린이집의 선생님도 누군가 잣대를 들이대며 이것이 정답이니 당신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면, 미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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