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초코를 데리고 난파콩쿨이라는 큰 대회를 다녀왔다.

콩쿨은 이것으로 세 번째인데 19명 중에서 4등까지만 상을 준다.

초코의 연주가 끝나는 순간, 아!수상은 힘들겠구나하고 생각했다.

당연하다.

하루에 한 시간도 피아노를 안 치고, 입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직까지는 아이를 몰아 붙이지 않고 여유롭게 놔두다보니 

입시를 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수준과는 차이가 난다.

곡 해석력과 감성은 좋지만 가벼운 건반으로 부담없이 연습하다보니 텃치에서 밀리는 걸 느꼈다.

손가락의 힘을 위해, 피아노도 바꾸고, 체력도 키우고,

서서히 연습량도 늘려야 함을 깨달았다.

 

다시 또 갈림길에 선다.

학원을 보내서 학습을 보충하느냐마느냐 등의 사소한 선택에서,

이제는 진로를 놓고 또 다시 갈림길에 선다.

음악이란 미술과 달리 부모의 뒷받침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유능한 선생님, 레슨비 조절, 악기의 교체, 체력 관리 등...

초등 대안학교를 알아볼 때, 부모의 희생이 전제조건인 것에 참 짜증이 났었는데말이다.

 내 일을 제쳐놓고 자식에 올인하는 부모가 되기엔... 

나는 너무 회의적이고 자기 중심적이고 자아가 강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풀을 헤치며 길을 만들고 싶다.

음악하면 말이야, 이래야 돼..어쩌고 저쩌고하는 고정관념과 관습들말고

나와 아이에게 맞는 길을 걷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의논 상대도 없고, 골치가 아프고, ..

정작 나 자신에게 에너지를 온전히 집중하기도 힘들다.

.

.

연주자의 길만 고집한다면 지금부터 애를 좀 볶아야겠지.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느 하나의 길을 놓고 전력질주 시키고 싶진 않다.

아직까지는 예술가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큰 틀 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쁘다. 

천천히...조기교육이 열풍인 한국의 교육현실과 음악계에서,

천천히 한 계단 한 계단 밟아가고 싶다.

아직은 좀  더 지켜 보면서, 음악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지 아이를 지켜보고 싶다.

 

 

  

 

'생각이 많은 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악교육  (0) 2013.10.30
아웃사이더  (0) 2013.09.02
한국의 엄마들2  (0) 2013.05.25
여행  (0) 2013.01.09
행복의 조건  (0) 2012.10.22

2012학년에는 초코가 3학년, 캔디가 2학년이 된다.

독서수준이 또래보다 조금 높은 초코가 느닷없이 "엄마, 소설 없어요?"라고 물었다.

내 직업이 그림책 작가이다보니 책장에 가득 꽂혀있는 몇 백권의 책들은 대부분 그림책이다.

 

책장을 뒤적뒤적해서 찾아낸 소설책은 '어린이를 위한 배려'

너무 재밌어하며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 초코.

시리즈인 '어린이를 위한 화해','어린이를 위한 끈기'도 사 달라고 한다. 

책을 구입할 때 까지(당장 돈도 없는데...) 읽으라고 또 뒤적뒤적,

방정환 글, 김세현 그림의 '만년샤쓰'를 건네 주었다.

"엄마는 이 책을 읽고 울었어."

내 말에 눈을 반짝이는 초코.

"주인공 멋지지 않니?"(진짜로 나는 읽을 때마다 눈시울이 젖는다.)

"아니요, 당당해요."

"그러니깐 멋지지!"

"그리고 조금 건방진 것 같아요."

음....그러니...

마침 내가 먼저 읽은 '서찰을 전하는 아이'(푸른 숲 주니어)라는 역사소설도 던져주니

역시, 초코도 재미있게 읽었다.

녹두장군을 주제로 한 '서찰을 전하는 아이' 뿐 아니라

초등 학생용 역사 시리즈를 계속 낸다고 하니 이 또한 구입해야지. 

 

이제 글밥이 있는 책도 조금씩 읽어가는 캔디.

어린이용 소설을 찾는 초코.

지적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읽어라,읽어라 하지 않아도 저절로 갈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나저나 빨리 입금이 되어야 할 텐데....쩝.

 

 

'생각이 많은 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너를 사랑한다  (0) 2012.03.07
자녀교육의 가치  (0) 2012.03.06
평범함  (0) 2012.02.17
당당한 꼴등  (0) 2012.02.17
  (0) 2012.02.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