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동안 입시미술 학원에서 그림을 배우고, 성적을 관리해서 특목고에 들어갔다. 그 힘든 과정을 지나온 아이가 참 대견하고 기특했다. 벤과 내가 기대한 것은 미술뿐 아니라 연극, 음악 분야의 타과생들과의 교류, 전문 분야에 대한 다양한 배움과 실험적 시도와 새로운 기회 등이었다.
우리가 너무 이상적이었던 걸까.
막상 입학하고보니 여학생38명과 남학생4명에서 오는 역성차별부터 겪어야 했다. 교사들은 무관심했고, 나잘난 아이들의 이기심과 그룹 수업에서 일년 동안 벤이 당한 은따는 결국 학교폭력 접수로 이어졌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살면서도 여전히 물리적 폭력만이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교육청의 수습과 끝나지않는 가해자들의 교묘함에 당한 사람만 억울하고 아프다는 교육의 현실을 배우게 되었다.
남학생인 우리 아이만 빼고 여학생들만 모아서 단톡방을 만들어 작업을 진행한 강사에 대해서는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게 교육청은 잘 처리했다. 학폭에 가담한 강사는 사과 한마디없이 계약종료를 핑계로 사라졌다. 솔직한 내 마음은 찾아가서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교육청의 일이라며 신경도 안쓰던 학교 측은 주동자였던 아이를 후배들과 교류하는 대표 선배가 되어서 활동을 하게 두었다. 무엇을 배우라는 걸까. 교육청으로 넘어간 학폭은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고? 결과를 위해선 대화가 아니라 한 사람의 주도적인 권위가 효과적이라고?
특목고에 대해 가졌던 이상적인 생각은 상처와 후회로 남았다. 이건 비단 우리의 이야기뿐 아니라 대부분의 학부모가 내린 결론이고, 다른 특목고를 보낸 학부모도 비슷한 실망감으로 공감을 했다. 벤이 다니는 학교는 폐쇄적이여서 타과생들과 교류할 기회를 애초에 차단해 놓았다. 방과후 수업으로 교류할 수 있게 했다고 하겠지만 모두가 시늉일 뿐이었다. 다양성을 못배우고 오로지 경쟁과 합격이라는 결과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만 배운 아이들은 당연히 전혀 예술적이지도, 창의적이지도 않다.
서로를 물고 뜯는 학생들의 문제가 매 해 반복되지만 학교측의 태도는 정해져 있다. 하루살이처럼 이번만 덮고 넘기면 된다는 식이다. 덮고덮는 교육청. 닳고닳은 교사들. 무관심한 얼굴로 대학 입학의 현수막만 제작하는 행정들.
원래 남학생은 다섯명이었는데 학기 초부터 시작된 sns 폭력 사건 후 한명은 전학을 갔다. 그 애는 얼마나 후련할까. 전학을 간 학교에서 즐겁고 마음 편히 학교생활을 한다니 이 지옥에서 벗어난 그애가 부럽다. 2학년이어서 전학을 가기도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못비티겠으면 떠나야지라는 뉘앙스의 담임도 가관이다. 그래서 해마다 전학생을 배출했나보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우리나라의 교육에서 어떤 기대를 했던게 어리석은 일이었다. 착잡하다.
#특목고의현실#교육#공교육#블랙독#예술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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