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어린이집에서 배우고 왔는지, 유빈이가 말했다.

"엄마, 100점이 제일 좋은거지?"

"아니, 80점도 좋은거야. 70점은 그냥 보통이고 60점이면 좀 못하는거고 50점, 40점이면 많이 못하는거지. 그런데 엄마는 수학을 60점, 심지어는 40점 맞은 적도 있어." 

"응...."

"모두가 100점만 맞으려고 하니깐 안 받아도 되는 스트레스를 받고 공부가 싫어지는거야."

정말 알아들었는지.....알아들었겠지.

 

그 뒤로 한 두달이 지났다.

어린이집에서 120개의 낱말 공부 숙제를 받았다.

열이 나서 이틀이나 빠졌더니 그날그날의 숙제가 밀려서 120개나 된 것이다.

당장 내일이 받아쓰기 시험인데 숙제도 힘들고 틀리기도 싫은 유빈이는 힘들고 짜증이 났다.

퇴근하고 왔더니 유빈이는 마침 혼자서 숙제하다 짜증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아이를 통제해야 된다고 생각한 아빠는 나한테 애 좀 어떻게 해보라며 본인이 더 난리다.

"유빈아, 하기 싫으면 숙제 안 해도 돼. 그리고 내일 시험 다 틀려도 돼."

"싫어! 시험은 정말 싫어! 시험은 왜 있는거야!" 

"유빈아, 시험은 100점을 맞을 수도 있고 빵점을 맞을 수도 있는거야.

근데 시험은 왜 보는 건지 알아? 내가 뭘 모르는지 알기 위해서야.

네가 오늘은 10개 중에 두 개만 맞고 다 틀렸다면 "아~내가 여덟개를 모르고 있었구나"하고 그 여덟개만 공부하면 돼. 그럼 다음 시험에서는 다섯개밖에 안 틀려. 그럼 또 모르는 다섯개를 공부하면 돼. 그러면서 네가 아는 걸 확인해가는거야. 그런데 100점 맞은 친구는 야! 다 맞았다!그러면서 거들떠도 안 봐. 그래서 자기가 아는 걸 다 잊어버려. 알겠니?"

"....... "

"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시험을 100점 맞고 싶다면 이 숙제를 다 해야 돼. 엄마가 같이 해 줄거야.

그런데 몇 개쯤 틀려도 상관없어.라고 생각한다면, 이 숙제를 안 해도 돼.

어때? 5분 동안 생각해 봐. 엄마는 네 결정대로 할게."

 

결국 유빈이는 나랑 숙제를 다 했다. 나는 안 할래 그럴 줄 알았다.....

그리고 다음날 받아쓰기 시험10개에서 한 개를 틀렸다. 나는 "시험봤구나? 아는 단어인데 다른 말인 줄 알고 잘못 썼구나?"하고는 별 관심을 안 보였다.

그 다음날 받아쓰기 시험에서는 다 맞았다. 역시 시험 또 봤네 하고는 별 반응 안 보였다.

 

우리 아들은 완벽주의자인가 보다.

누가 뭐랬나. 시험갖고 벌써부터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 괜찮다니까 그러네~ 엄마도 항상 성적 중간이였어. 수학은 바닥을 기었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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