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속 물이 얼었다.
나뭇가지로 찍어대다 할머니가 돌로 얼음을 살짝 깨주셨다.
그것도 재밌다고 추운 바람 속에서 킥킥킥.
아이들에겐 자연 현상 그 자체가 배움의 기쁨이고 놀이감이다.
항아리 속 물이 얼었다.
나뭇가지로 찍어대다 할머니가 돌로 얼음을 살짝 깨주셨다.
그것도 재밌다고 추운 바람 속에서 킥킥킥.
아이들에겐 자연 현상 그 자체가 배움의 기쁨이고 놀이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인생의 25퍼센트는 스승에게서,
25퍼센트는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25퍼센트는 친구들에게서,
나머지 25퍼센트는 시간을 통해 배운다.
- 파울로 코넬로 <포르토벨로의 마녀> 중에서
나도 어느덧 시간을 통해 배우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느 죽음을 향해 가며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깨달음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뉴스에서 공부방에 관한 기사를 봤다.
재정의 위기로 문을 닫는 공부방이 많아지고 있단다.
갈 곳 없어진 아이들은 방황하고 절망하고....
공부방에 재정이 더해지고 뜻이 모이면서 대안학교로 발전한 경우도 많은데....
새롭게 지어지는 교회가 많다.
교회가 제 몸 부풀리기에 신경 쓴 만큼,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남는 공간에 공부방도 운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련회다 해외선교다 쫓아 다니기 전에, 학생회에서 공부방 아이들을 위해 가끔씩 자원봉사도 해주면 좋을텐데.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몇 푼 안 되는 돈 후원하는 게 전부?...
흥청망청으로 살기엔 세상은 결핍 투성이다.
진지한 시선들이 많이 모일 때,
세상은 비로소 채워질 것이다.
결국 나는 내 아이를 위해서 그림동화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어린이집에 가서 내 실력을 발휘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어린이집에 오는 것도 좋은데, 책읽어주는 선생님까지 되니 더 즐거워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반 아이들이 내 시간을 기다린다.
처음엔 낯설어했지만 이젠 책이란 재밌는 것이며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음을 어렴풋이 알아가는 것 같다.
나는 무보수로 1년 계약을 했고
나 역시도 내 분야의 공부가 된다는 점에서 감사하다.
유빈이는 나를 고민하게 하는 아이다.
그렇지만 그 고민은 나를 발전시킨다.
큰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재능을 그냥 홈그라운드에서 썩혔을 것이다.
그리고 동화책 연구도 계속 쉬었을지 모른다. (물론 책구입의 돈이 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리고 대안학교에 대해서 가능성을 열어 놓게도 하지 않았는가.
어떤 고민은 사람을 찌들게 하거나 편협하게 한다.
또는, 병들게 한다.
그러나 내가 큰 아이로 인해 하는 고민은 내 발을 한계단 올려 놓는다.
하나님은 나를 어른으로 빚어가고 계신다. 이 고집쟁이가, 자식이 아니면 무슨 채찍으로 맞은들 이렇게 발전할까.
그렇죠,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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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들은 씩씩한 장난꾸러기인 게 정답이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과 만나면 가슴이 답답하다.
실제로 그런 아이를 만나보면,
대부분 상상력이라곤 손톱만큼도 없고 '생각하기'란 좋은 습관도 없다.
그래서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고 감성이 뒤떨어진 경우가 많다.
상상력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의식으로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상상력의 언급을 비현실적으로만 치부한다.
자기 표현력이 강해서 칭찬받는 사내 아이들은
대부분 공격적이거나 경쟁심이 강해서 지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오히려 조화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람들은 남자아이라면 의당 그래야하며,
남자아이에겐 철학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좀 말썽을 일으켜도 - 남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는지는 관심이 없고- 수학이나 영어가 뛰어나다면
대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우리 큰아이의 문제는 자기 표현력이 좀 떨어진다는데 있다.
특히, 싫다는 표현을 얼마큼 강하게 해야 상대가 알아듣는지에 대한 눈치가 없다.
그밖에는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평화로우며
느리지만 예민해서 악기를 다루거나 공부를 할 땐, 이해력이 높다.
그래서 가르치는 교사의 마음을 흐믓하게 한다. 자기 조절능력이 뛰어나서 기다릴 줄 알고 약속을 지키며 융통성이 없을 때도 있지만 규칙과 질서를 좋아한다.
하지만 어린이집의 선생님은 사내아이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우리 아이가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감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음은 인정하지만,
'사내아이'라는 정답에 가까워지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는 건 고정관념일 뿐이다.
나는 아이라는 존재로 인해,
세상의 고정관념과 다시 한번 부딪히고 있다.
어릴 적, 선생님들은 곧잘 둥글게,평범하게,원만하게 살아라하셨다.
그럼 나는 당차게 말했다. " 왜 세모나 네모로 살면 안 되지요?" "네가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지."
"싫어요. 난 그냥 세모로 생겼다면 그렇게 살래요. 그래서 겪는 불편은 감수하면서 생긴대로 살겠어요.세모가 원이 되려면 얼마나 아프게 깎여야겠어요? 그리고 모두가 둥글다면 재미없잖아요?"
사람은 다양하다.
어린이집의 선생님도 누군가 잣대를 들이대며 이것이 정답이니 당신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면, 미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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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는 진작에 보았지만 복잡한 머릿속을 뭐라 정의할 수가 없어서 기다렸다.
때론 기다리면... 수면 위로 뜨는 생각들이 있다.
다크나이트가 감동을 준 것은 변호사와 배트맨이라는 두 인물의 대립이다.변호사의 이름은 당장 떠오르지 않지만.끙..
변호사는 생긴 것도 한 카리스마하게 생겼고(갈라진 턱하며 네모진 얼굴...) 모든 일에 열정적이다.
그에게 우유부단은 없고 매사에 열정과 신념으로 꽉 차 있다.
실제로 그는 부패에 엄격하며, 정의에 앞장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면, 배트맨은 히어로의 일을 하며 회의를 느낀다. 고마움을 잊은 대중들은 그의 흉내를 내고 있고, 히어로이다보니 사랑하는 여인도,가정도 포기해야 한다. 어찌 회의하지 않으랴.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부유한 바람둥이 사업가인 척, 밤이 되면 쌩고생해가며 악을 소탕하고 다닌다. 그는 고민하는 자신 때문에 또 고민한다. 히어로는 신념이 있어야 하고 고민하는 나약함 따윈 한계가 왔음을 알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론은 어떠한가?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다른 인물에 빗대어 말하겠다.
나는 최근에 어떤 모임에서 ㅇ을 만났다.
그녀는 그 모임의 리더였고 모두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 차분한 말씨에 적당한 교양미, 따뜻한 목소리, 무엇보다 그녀는 대안교육에 대한 신념이 대단했다. 그녀와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항상 간단하고 명료했다. 그녀에겐 망설임이 없으며 무슨 일이든 열정을 바치는 타입이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불신했다. 그녀가 반대로 사교육을 했다면? 그녀는 역시나 열정적이고 망설임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의심없는 명제들을 오히려 의심하게 된다.
회의하지 않는 사람은 맹목적이다. 그 열정이 선한데 바쳐지다가도 언제 방향을 틀어 악한 성질로 바뀔지 그 자신도 모른다.
하지만 대중들은 고민하는 것은 나약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직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리더의 자격이고 카리스마라고 생각한다.
대중이란 어리석어서 입만 벌리고 싶어한다. 그게 똥이 됐든 밥이 됐든 일단 멈춤없이 입에 넣어주기만을 바란다.
배트맨은 회의하기 때문에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대안교육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다크나이트의 변호사처럼 망설임없는 열정만을 보인다면......그곳엔 교육의 미래가 없을 것이다.
일단은 일반 학교를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문제의식을 강하게 받은 후에는, 과천으로 가려던 계획을 수정해서 성미산으로 가는 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남들이 직장의 위치를 고려하듯이, 우리도 홍대와 가까운 곳을 선호하게 된다. 미술재료도 그렇고 작업실과의 거리도 그렇고......
그는 여자아이를 하나 키우고 있어서인지(사실 난 그 원인을 알 것 같지만) 이사문제나 학교에 대해서도 골치 아프게 고민할 것 뭐 있느냐고 말한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고 아이에게 맞는 학교를 정해서 옮기는 일은 그렇게 골치 아픈 게 아니라고 한다.
그는 여유를 가지라며 쿨하게 말했다. 그래, 내가 너무 염려하는 건지도 모르지.....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닌데 .....그는 남의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관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인생을 겪은 선배처럼 간단하게 말한다. 그는 어떤 문제의 다양한 단면 중 하나밖에 볼 줄 모른다.
학교를 정한다는 것은 단지 아이만을 기준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만큼,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 고민은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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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감성교육이 부러워서 예술가 부부가 프랑스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들은 유치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다녔는데 ...그 예술가의 아이들은 프랑스 아이들의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가정교육이 프랑스 부모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대안학교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적어도 내게 있어선!
부모의 역할을 더욱 각오해야 되는 부분이다. 가정교육만큼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것은 없다.
입시 위주의 말라비틀어진 아이가 아니라, 풍부한 감성으로 남을 배려하고 독립심을 가지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선, 가정교육이 80프로일 것이다.자신 있느냐구? 없다. 없기 때문에 하나님께 매달려야 한다. 남과 비교하느라 정신없고 인생이란 정해진 룰에 의해 움직인다고 믿는 절대적 믿음의 엄마들 속에선, 혼자의 힘으론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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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는 일단 일반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
물론 기도 중에 확신을 얻었으며,
하나님이 내 아이들에게 갖고 계신 계획은 나의 단순하고 조잡한 계획과는 다르다는 확신도 들었다.
하나님은 너무나도 좋은 것들로 2009년을 열게 하신다.
치밀하다고 생각했던 내 계획들은 그에 비하면 얼마나 근시안적이었던지!
은혜가 넘쳐서 흥분된다.
하나님은 너무나 멋진 오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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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다.
짧은 인생을 즐겁게 살자.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신년에 들은 말이다.
그러니까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 인생은 짧다. 즐겁게 살자.
지금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 즐겁지 않은 관계는 다 끊겠다. 때론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자.
올 한 해는 즐겁게 살겠다!!!
부모의 역할 (0) | 2009.0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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